kicks/dunk

DUNK SB 3RD 'FUTURA' (덩크 푸추라)

mindremind 2022. 3. 2. 23:29

덩크SB 푸추라를 처음 만난건 2004년 봄이었다.
당시 학생이던 나에게 리셀가 25만원이 넘는 푸추라 덩크는
아예 구매대상에서 제외되었고 크게 관심도 없던 신발이었다.

그러던 중 같은 반 친구가 덩크SB 푸추라를 구매해서 신고 왔고
학생 때부터 신발에 미쳐있던 나는 정말 충격에 빠졌다.
그 신발은 너무너무 멋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그래도 신발 좀 아는 친구' 중 한 명이었던 나는 겉으로 내색할 수가 없었고 '어 괜찮네' 정도의 반응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이건 다른 차원이다.
게다가 '푸추라'라는 매력적인 아티스트와의 협업한 제품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나에게 더욱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박스에 FUTURA의 싸인이 들어간 덩크SB 푸추라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대가 되어 직장에 다니던 나에게
이 레어한 덩크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데드스탁 제품을 10만원대에 구매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발을 극히 아껴신던 나로선 데드스탁에다가 발매된지 15년 가량 흐른 신발을 신기가 매우 어려웠고 가끔 꺼내만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리만 차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결국 팔아버리기에 이른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우연히 트래비스 스캇이 푸추라 덩크를 신은 것을 보게 되었다.

덩크SB 푸추라를 신은 트래비스 스캇

그렇다.
신발을 판지 단 1여년 만에 그 신발의 시세는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헐값에 팔아버렸다는 사실보다 더 이상 쉽게 구할 수 없는 데드스탁을 너무 허무하게 보내버린 후회가 더 컸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지만 이미 푸추라 덩크는 이베이에서
손에 넣을 수 없는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바야흐로 범고래로 대표되는 '덩크의 시대'가 찾아왔고 넘쳐나는 덩크의 매물 속에서 난 다시 이 덩크를 운 좋게도 좋은 가격에 손에 넣게 되었다.

DUNK SB 3RD 'FUTURA' OFFICIAL IMAGE

DUNK SB 3RD 'FUTURA' OFFICIAL IMAGE (2)

Nike Dunk Low Pro SB – Futura

Original Purpose: Skateboarding
Colorway: black / white / nightshade / shark
Release Date: 03 / 2003 March

어렵게 다시 손에 넣게된만큼 기념삼아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이 덩크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가지 소재가 적절히 배합되었다는 점이다.

스웨이드, 메쉬, 쭈글이 가죽, 민자가죽 등의 소재가 큰 통일감 없이 섞여있지만 묘하게 어울리며 특히 흰 색 스우시가 포인트가 되어준다.

어퍼 부분에 매우 양질의 쭈글이 가죽이 사용되었다.
발매된지 19년이 흐른 제품이다.

정말 독특하게도 바디 한 가운데 뜬금없이 메쉬 소재가 사용되었다.
보통 메쉬소재는 어퍼에 사용하여 통풍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많이 사용한다.

초기 덩크SB들만이 주는 오묘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덩크SB 답게 만듦새가 매우 좋은 편.

혀가 엄청 두껍다.
스케이트 보딩시 발을 꽉 잡아주려는 의도 같다.
초기 SB 제품에 이렇게 혀가 두껍게 나오다가 중간에 얇아졌었다가 최근부터 다시 두꺼워진 것 같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스웨이드의 질감이 많이 죽었다.

아티스트 푸추라는 본인 커리어 초기에 그래피티를 연습하던 뉴욕 지하철에서 이 색상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거의 모두가' 사용하지 않는 짙은 청록색의 사용이 매우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해도 혀에 NIKE만 적혀있고 SB는 적혀있지 않았다.

오래된 제품의 별들이 거의 살아있으니 오히려 낯설다.

덩크SB답게 줌에어 깔창이 삽입되어있다.

뒤꿈치 부분의 줌에어는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19년된 제품이지만 지금봐도 그 감흥이 여전하다.
+레어한 데드스탁은 함부로 파는게 아니다.

▼예전에 포스팅한 푸추라의 아트워크 모음
https://mindremind.tistory.com/entry/Futuras-Artwork